서울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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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미카엘
제 목    서로 아픔 보듬는 따뜻한 만남
소록도에 서울가톨릭시각장애인 회원, 봉사자 방문


 손가락이 다 떨어져 나간 뭉툭한 손을 잡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앞을 보지는 못하지만 그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고통을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환우들의 섬, 소록도. 서울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회장 윤재송) 회원들과 봉사자 57명은 서울가톨릭경제인회(회장 박광순) 후원으로 4월 25~26일 전남 고흥군 도양읍 봉암리 소록도를 방문했다. 서울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가 1980년대 말부터 마련한 이 만남은 나환우들을 위로하고 주님 안에서 한 형제임을 확인하는 자리다.

 "처음 소록도를 방문했을 때는 나환우들과 포옹이 솔직히 선뜻 내키지 않았는데, 제 자신을 꾸짖으며 손을 잡았어요."

 올해로 다섯 번째 소록도를 방문한다는 시각장애인 정혜경(오틸리아, 68)씨는 처음 나환우들과 만남을 회상하며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과의 만남이 짧은 것이 아쉽기만 하다.

 "반갑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하고…. 앞을 보지 못하면서도 이 먼 길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할 뿐이죠."(조장길 요셉, 75, 광주대교구 소록도본당)

 "힘내서 용기를 갖고, 건강하게 사시면 좋겠어요. 우리는 기도밖에 해드릴게 없네요."(정덕순 안나, 73, 소록도본당)

 봉사자들의 인도로 나환우에게 다가와 손잡고 포옹하며 안부를 묻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나환우들은 하나같이 "감사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시각장애인들과 나환우들과의 만남은 둘째날 미사 후 소록도성당 마당에서의 30분 남짓한 시간이 전부. 나환우가 더 불편한 나환우를 돌보는 데다가 금요일은 특히 1주일에 한 번 나오는 부식을 받아야 하기에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는 없었지만 모두가 함께 손을 잡고 노래하는 시간은 마치 귀한 친구를 다시 만난 것 같은 따뜻한 시간이었다.

 윤재송(시몬) 회장은 "소록도 방문은 우리에게 주어진 고통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다"며 "이런 시간을 마련해 주신 하느님과 후원해 주신 서울가톨릭경제인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강길웅(소록도본당 주임) 신부는 "세속에서 어려움을 똑같이 겪는 시각장애인들의 방문에 감사드린다"며 "힘들고 어려울 때 주님께서 용기와 희망, 사랑을 주시기를 다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나환우들을 만나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고민하던 기자에게 그들은 그들 만남에 아무 말도 필요 없음을, 그저 서로를 진심으로 위로하는 마음만이 필요함을 깨닫게 했다.

 왕복 12시간 동안 버스를 타야 하는 피곤한 일정에도 시각장애인과 봉사자들은 지친 내색은 전혀 하지 않은 채 "나환우들과의 만남이 너무 짧아 아쉬웠다"며 "하지만 그들과의 짧은 만남에 성령이 함께하심을, 그들을 통해 하느님의 일이 드러남(요한 9,3)을 느꼈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 모두가 하나같이 "그 동안 교만하게 산 것을 반성하고 앞으로는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 말씀대로 봉사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민경 기자sofia@pbc.co.kr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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